[기획] 서광마을기업 SG아큐먼 이야기
서귀포시 안덕면 녹차분재로에 위치한 (주)에스지아큐먼 ( SG ACUMEN ·옛 서광마을기업 ) . 서광마을 주민들이 100% 주주로 참여해 설립된 이 기업이 유독 주목받는 것은 마을에 들어선 외국계 투자기업과 지역마을과의 동반성장에서 출발했다는 데 있다. 에스지아큐먼의 탄생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진하는 핵심프로젝트의 하나인 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과 맞물려 있다. 서광 동리와 서리 목장조합이 조합 땅 일부를 신화역사공원 조성지로 매각했는데, 이는 사업이 추진되면 마을주민 고용에서부터 소득증대 등 낙후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적잖이 작용했다.
▷ 마을 주민 380여명이 주주로 = 에스지 아큐먼은 2015년 8월 신화역사공원 내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 개발 운영사인 홍콩 란딩그룹의 현지법인 람정제주개발(주)과 JDC, 서광 서리·동리 마을회와 공동목장조합이 체결한 상생협약 이행을 구체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2016년 임시법인을 설립한 후 조합원 설명회와 주민 대상 증자를 거쳐 32억4000만원의 자본금으로 2017년 4월 서광마을기업이 창립했다. 두 마을회와 공동목장조합 4개 단체와 마을주민과 목장조합원 382명 등 주주 100%가 지역주민들로 참여, 마을기업을 통한 마을의 변화와 외국인 투자기업과의 좋은 관계 설정을 통한 상생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짐작케 한다. 마을에서 이뤄지는 개발사업의 이권을 일부 특정인의 몫이 아닌, 지역사회에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1인당 출자액도 제한했을 정도다.
또 신화월드 안에서 매장을 임차해 런드리카페 웨스트힐라운지를, 워터파크 입구에 제주산 과일주스 전문점인 네이처 오브 아일랜드도 운영중이다. 자회사로 서귀포시 토평공업단지에 위치한 호텔·리조트 전문 세탁전문기업 (주)제주런드리도 꾸리고 있다. 에스지 아큐먼의 출자금 15억원에 개인주주의 출자금이 더해져 설립된 제주런드리는 최신 자동형 세탁설비로 국내 최고의 세탁서비스 품질을 모토로 내걸고 제주신화월드와 세탁서비스계약을 통해 호텔·콘도미니엄의 유니폼과 린넨류의 세탁을 맡고 있다. 또 신화월드 외에 신라스테이, 해비치호텔 등 숙박업계와 골프장 등으로 영업망을 넓혀나가고 있다. 특히 연면적 2500㎡ 규모의 제주런드리는 70여명의 직원 중 장애인이 19명인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작년 매출 12억원에 이어 올해는 26억원이 예상되는데 내년쯤엔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마을 공동체와 함께 커가는 꿈= 에스지아큐먼은 정예 룸메이드 사전양성 프로그램인 하우스키핑 아카데미와 홀로 지내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세탁서비스 등 사회공헌활동도 펼치고 있다. 기업에서 아웃소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관심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통해 취업시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고, 아웃소싱 기업으로서 고급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기도 하다. 무료세탁서비스는 안덕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분기별로 운영하는 따복날(따뜻한 복지상담의 날)과 연계, 협의체 위원들이 어르신 가정을 직접 방문해 이불 등 대형세탁물을 수거해 안덕면사무소로 모으면 제주런드리에서 무료세탁해주고 있다. 앞으로 기업 경영이 안정궤도에 접어들면 마을발전기금 조성 등을 통한 교육·복지 혜택이 지역주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구상도 갖고 있다.
▷안정적인 기업 운영은 과제=제주신화월드의 영업성적에 따라 에스지아큐먼도 영향을 받아 매출 등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불안요소도 안고 있다. 제주신화월드는 주요고객으로 예상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사드 보복 여파 등으로 당초 기대치에 못미치며 원활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신화월드와 에스지아큐먼이 체결하는 서비스 계약단가도 하락하는 등 당초 예상했던 만큼의 매출액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정근 에스지아큐먼 대표는 "인건비는 갈수록 상승하는데 반해 계약단가가 하락하면 수익률 마지노선이 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없지 않다"며 "제주신화월드가 마을과의 상생협약에 기반해 에스지아큐먼을 진정한 파트너로 인식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터뷰] 이정근 에스지아큐먼 대표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최대 고민, 상생협약 따라 동반자로 인식을"
"제주신화월드를 기반으로 출발한 에스지 아큐먼이 투자기업과 마을의 동반성장이라는 새로운 롤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길 기대한다. 신화월드 사업이 추진되면서 도시에서 생활하던 일부 젊은층이 마을로 되돌아온 것도 작은 변화의 하나"라는 에스지아큐먼의 이정근 대표.
"지금은 제주신화월드가 에스지아큐먼과 제주런드리의 가장 중요한 협력사이자 동반자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가능한 앞날을 생각하면 현재에 안주할 수 없고, 갈 길이 멀다"는 이 대표의 말에선 3년째로 접어드는 마을기업 CEO의 고민이 묻어난다. 당장 마주한 문제는 도내외 아웃소싱 업체들이 제주시장에 전략적으로 뛰어들면서 제주신화월드가 진행하는 여러 입찰에서 낮은 가격을 써내며 불거진 계약단가 하락이다. "우리는 상생협약에 기반해 신화월드와 계약시 최저가입찰이 아닌 우선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올해 람정측과 다소의 갈등을 빚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도 최근 람정측에서도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이 대표. 그는 "기대치에 못미치는 신화월드 이용객 등 현재의 상황을 모르지 않으니 조금씩 배려하다 보면 길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에스지아큐먼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신화월드 외의 외부영업 활동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제주 전역으로 영업반경을 확장하고, 제주여건에 맞는 신사업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한라일보 ( 2020.01.01 )